심야전기 보일러 적정 온도
아직도 심야전기 쓰세요?
네, 그렇습니다 ㅠㅠ
미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돌아오니 부모님께선 경기도에 전원주택을 지어 주소지까지 이전해 놓으신 상태였다.
그게 벌써 20년 전이라 난방은 그 당시 '핫'했던 심야전기로 시공을 한 덕분에 언제부터인가 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코가 시릴 정도의 냉기를 견뎌야 했다.
따뜻하게 지내는 것도 아닌데 동절기만 되면 100만 원에 육박하는 난방비 고지서가 날아오자 어머니께서 특단의 조치로 실내 온도를 15도에 맞춰놓고 지내시겠다고 선포하고 실행에 옮기셨기 때문이다.
부모님 건강이 염려되어 내가 부담을 하겠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이신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심야전기를 공부하게 됐다는 말씀.
인터넷을 검색해 자료들을 살펴보니 어렵지 않게 기존의 심야전기 사용법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머니께선 시공업자의 조언대로 보일러 온도를 무려 80도로 설정해 놓고 사용하고 계셨는데 이는 다른 말로 물을 80도까지 끓이는데 심야전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온도에 따른 물의 비열(물을 1도 올리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차이는 아주 미세해서 75도에서 80도까지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과 55도에서 60도까지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핵심은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주변 환경과 온도 차가 클수록) 훨씬 쉽게 식는다는 점에 있다.
이는 뉴턴의 냉각 법칙에 따른 논리로, 아래와 같이 표현된다.
- T는 물의 온도
- Tenv 는 주변 환경의 온도
- k는 냉각 속도를 결정하는 상수(물질의 특성과 표면적 등에 따라 달라짐)
- t는 시간
따라서 모든 환경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보일러 온도를 60도로 설정해 놓을 경우 5도 안팎으로 내려갈 온도가 80도로 설정해 놓을 경우 8도 안팎으로 떨어져 밤새 80도까지 다시 올려놓기 위해선 심야전기가 그만큼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부모님 댁 보일러 온도는 60도로, 실내 온도는 18도로 설정하자 보일러 조절기가 있는 안방은 훈훈한 느낌이 들 정도로 따뜻했고 다른 방들도 냉기가 돌진 않았다. 한전 파워플래너를 통해 1일 사용 에너지양 또한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보일러 온도를 너무 낮게 설정할 경우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주의! 특히 대부분의 심야전기 보일러는 최소 45도 이상이 돼야 작동한다.)
보일러의 적정 온도를 찾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전원주택을 고집하신다면 내년엔 창호라도 교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