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도 HSP?

친절한 수정씨

水晶 2022. 3. 31. 05:56

경계선 긋기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민감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아이였다.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관심이 싫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내내 나는 반장을 도맡아 했다.

심지어 6학년 때는 전교회장으로 활동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 늘 친구들의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보고 있던 어린 나를 기억한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그러질까 우려하는 것 이상의 조바심이 있었다.

혹여라도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나에 대해 뒷담화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건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피곤했을 법도 하지만 그땐 어려서 그랬는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온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친구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애썼다.

이영애 주연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나왔을 때

나야말로 '친절한 수정씨'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자 씨처럼 복수를 계획하며 사람을 모으기 위해 친절을 베푼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친절은 다분히 나에 대한 평판을 염두에 둔, 그룹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민감한 소녀가 선택한 나름의 처세술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다.

아니, 내가 수시로 기분을 살피거나 맞춰야 하는 사람들을 정리했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다.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의 기분을 맞출 에너지도,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아론 박사는 민감한 사람들이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읽어내다 보니 다수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는 대인관계가 편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마저 느껴졌던 '경계선 긋기'야 말로 민감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처세술이라고 알려준다 (p. 200).

 

잔소리는 사절

* 혹시 당신도 HSP인가요? 당신은 어떤 페르소나(가면/처세술)를 사용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