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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본문
아흘람의 소망
난 우선 그녀의 나이에 놀랐다.
적어도 30대 후반으로 보였던 아흘람은 27살이었다.
아랍계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이 살아있는 얼굴이었지만 몸의 어딘가에서 보내오는 통증으로 표정은 늘 일그러져있었다.
아흘람은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독일 NGO 단체의 도움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영국에 오기 전까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마련된 난민촌에서 생활했다던 아흘람은 영국 남자를 만나 교제하고 싶어 했는데 궁극적으로는 영국 남자와 결혼해 시민권을 얻어 팔레스타인에 있는 가족들을 영국으로 초청해 함께 사는 게 소망이라고 했다.
듣기에 다소 민망한 소망을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난민촌의 이야기는 그녀가 왜 그토록 영국 남자와 결혼을 갈망하는지 충분히 설득이 될 정도로 참담했다.
그녀의 가족들은 매일 밤 오늘이 마지막 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잠을 청한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와 '웨스트 뱅크'는 그야말로 섬과도 같아서 그곳에 사는 시민들은 이스라엘군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라도 몰살당할 수 있는 '독 안에 든 쥐'와 같은 처지라고 했다.
위 지도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어떤 식으로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지도이다.
국경을 따라 콘크리트 벽과 두 겹의 철조망이 높게 세워져 있고 이스라엘 쪽 철조망 밑으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센서가 작동하는 지하 장벽이 세워져 있다.
그나마 왕래가 가능했던 이집트 국경 쪽도 팔레스타인 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해 이집트 정부가 두꺼운 철조을 세워놓은 상태인 데다 지중해 해안 쪽으로는 이스라엘 해군이 봉쇄하고 있어 가자지구는 그야말로 동서남북으로 포위되어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곳에 이스라엘군이 지속적으로 무차별 폭탄 공습을 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력들이 이런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있다는 것
서방세력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실제적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통치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공격과 봉쇄에 적지 않은 당위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를 세우겠다는 목표 하에 이스라엘과 지속적으로 전쟁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가 전례 없는 기습 공격을 감행해 천여 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하고 200여 명을 인질로 붙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가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이쯤 되면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의 복병인가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원죄는, 유대인들에게는 이스라엘의 건국을, 아랍인들에겐 아랍국가의 건국을 약속했던 영국과 중동지역에 쓸만한 아군 하나 만들어 놓고자 전폭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에게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국인 남자를 만나 인간답게 살고 싶은 아흘람의 소망과 팔레스타인의 해방/독립 운동이 탈식민주의 운동 선상에서 이해되고 쟁취되어야 하는 이유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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