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국제 이슈 콕콕 (29)
In Pace

다정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대담하고 독립적인 여성대담하고 독립적이지만 다정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남성 아이들을 여자다운 여자, 남자다운 남자로 사회화를 시키는 게 아닌아이들이 고유한 성별적 특성들을 잘 간진한 채 특정 성별의 부족한 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 그래서 살아가면서 성별 때문에 스스로를 제약하지 않고, 또 다른 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좀 더 수월해지도록 돕는 교육이것이 실로 이상적인 젠더 교육의 방향 아닐까? 기쁘게도 오늘 시청한 BBC 다큐멘터리에서 그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다큐에 등장하는 아이슬란드의 Laufasborg 유치원은 성별 고정관념을 완화시키기 위해 소위 히얏틀리 (Hjalli method) 교육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이슬란..

어머니의 이웃 중에 극우파가 계신다.대한민국이 빨갱이의 나라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시는데 그분이 사실이라고 믿는 대부분의 정보는 너튜브에서 들으신 얘기이다.당신은 절대 한 채널만 시청하는 게 아니어서 거짓일 수 없다고 주장하시는데 너튜브 알고리즘의 족쇄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시지 못하는 까닭이다. 나를 비롯해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소셜미디어에 접속해 있는 시간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하지만 우리는 그 긴 시간 동안 생각만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소위 내 입맛에 맞는 정보를 찾아다니게 되는데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새로운 정보가 불일치하는 (모순되는) '인지부조화'를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소셜미디어 사업자들은 사용자들이 입맛..

어머니께선 꽃을 무척 사랑하신다.생신 선물로 텃밭에 심을 꽃을 선물해 달라고 하실 정도이다.그렇다 보니 부모님 댁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딸래미 때문에 서운해 하시곤 했다.하지만 어쩌랴..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유년 시절 꽃과 식물을 음미하고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보니 자연과 내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 정체성(environmental self-identity)을 계발시킬 기회가 없었다.성년이 되어서는 냅다 고지를 향해 달리기만 하느라 곁에 있는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감탄할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었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연봉을 포기하고 정원 가꾸기에 동참하면서 그제야 어머니께서 키우시는 꽃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죽은 줄만 알았던 클래마티스가 ..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인종차별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그때까지 해외여행도 한 번 가본 적이 없어서 내가 인종차별을 당할 일도 없었고,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도 접해본 경험이 없어서 내가 인종차별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다. 원했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자 아버지께서 미국 유학의 기회를 주시면서 인종차별은 '나'의 문제가 되었다.유색인종이 거의 없는 도시였던 까닭에 내가 버스에 올라타기만 해도 주위의 시선이 나를 향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중국에서 왔냐는 질문은 거의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었고 아시아에선 개나 고양이도 먹냐는 질문도 종종 받았다.행인들이야 스치고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최악은 싹수없는 룸메이트를 만날 경우였다. 특히 대학 3학년 때 안젤라라는 (천사라는 의미..

세계시민교육을 테마로 수업을 기획하고 가르치면서 늘 숙제처럼 여겨졌던 부분이 인간 존엄성이다.세계시민으로서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문화(관습)를 존중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고, 사회정의와 평화를 수호하는 모든 실천은 사실 '나'라는 존재가 지극히 소중하고 존엄하다는 인식과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태생적으로 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대할 수 있겠는가나라는 사람이 존엄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진리가 내면화돼야 비로소 세계시민으로서의 진정한 실천이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기존 세계시민교육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크리스천인 내게 인간의 존엄성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고민할 거리조차 못되지만, 하..

"By identifying domestic “enemies” that stood in for unwanted social change, they learned to galvanize a chunk of the public against those enemies / in the name of protecting the homogeneous majority - an ironically universal playbook for antidemocratic success." (원치 않는 사회변화를 상징하는 국내 "적"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은 대중들이 "적"을 대적하도록 선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 동질적 다수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 이는 모순되게도 반민주주의 성공을 위한 보편적인 전략이다) 위 문장에서 "..

영국에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있었다면 시리아에는 아스마 영부인이 있었다.물론 아스마는 다이애나 비와 달리 아직 생존해 있고 겉과 속이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바람에 더 이상 시리아 시민들의 추앙을 받을 일은 만무하겠지만 꽤 많은 중동지역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애잔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 짐작된다.그녀가 백혈병으로 투병을 하는 중에 망명길에 오른 까닭도 있겠지만 미워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유수 대학을 졸업한 재원인 데다 시리아 출신의 부모 덕분에 아랍어까지 유창했다.특히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우아하고 지적인 말투에 시리아 시민들은 환호했고 서방 미디어까지 앞다퉈 그녀를 인터뷰했다.거기다 아스마는 시리아의 소외 계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 차원의 프..

처음엔 뭔가 싶어서 한참 들여다봤다.사진 밑에 조그만 글씨로 설명이 쓰여 있었다."Textile waste pollutes the shoreline at Jamestown in Accra, Ghana"(가나 아크라의 제임스타운 해안가를 오염시키고 있는 섬유 폐기물) 나도 가끔 즐겨 입지 않게 되는 옷은 아파트 단지에 마련되어 있는 수거함에 넣곤 하는데.. 그런 옷들이 가나의 해안가에 저렇게 버려져 쌓여 있을 가능성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디언지의 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섬유 폐기물의 단 1%만이 재활용된다고 한다.재활용률이 이토록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섬유 폐기물 자체의 총량이 어마어마하다는 데에 있다.트렌디하고 저렴한 의류를 대량 생산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성행하면서 큰..

세계시민교육은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갖춰야 할 지식과 태도, 실천을 총괄한다. 유네스코는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학습목표를 제시했다. 비판적인 사고와 분석력,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의사결정 능력, 적응력과 창의력, 평화적인 분쟁 해결력, 협력에 필요한 기술, 미디어 문해력, 주체적인 행동력과 회복 탄력성, 인류와 지구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시민성, 미래예측 역량과 자기 성찰 개인적으로 1순위로 꼽고 싶은 학습목표는 인류와 지구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다.우리가 대한민국을 넘어 한반도, 아시아,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과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실로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뭘 어떻게 시작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