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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Pace

이른 저녁을 먹고 난 후 나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 시간 동안 난 드라마를 시청한다.보통 인기 드라마 하이라이트를 시청하는데 최근에 너튜브 알고리즘으로 '취하는 로맨스'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로맨스의 전개는 여느 다른 드라마들과 별 다르지 않았는데 (특히 여주인공이 좀 아쉽다. 설인아가 했으면 어땠을까?) 딱 한 가지 내 마음을 훔친 설정이 있다면 남자 주인공 윤민주의 캐릭터였다. 맥주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윤민주는 큰 소리에 두통이 생기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식은땀이 나고, 상대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초초초민감자. 오호~ 이제 드라마에도 초민감성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했는데 1화 하이라이트에서 윤민주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단어가 생소했다."엠패스요! 번역하면 초민감자."..

어려서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6학년 때 현실에 눈을 뜨면서 (역량도 안되고 돈도 안될 것 같아) 만화가가 되겠다는 마음은 접었지만 순정만화는 학창시절 나에게 작은 위로이자 기쁨이었다.내가 애정했던 여성 만화가 3인은 요즘 뭐 하며 살고 계시려나.. 신 일 숙 순정만화가들 중에 데생을 최고로 잘하는 만화가라 여겨진다. 인체의 동작이 무척 자연스럽고 선이 세밀해 일러스트를 보는 맛이 남다르다. 특히 그녀의 스토리라인은 따라올 자가 없다. "아르미안의 네딸들"과 "리니지"에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뒤늦게 뛰어든 웹툰 카야에서도 그녀만의 뛰어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으로 여전히 순정만화계의 대모임을 독자들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원 수 연 그림체가 시원시원하고 다소 날카로운 편이다. 만화가가 되지 않았으면 패션..

블로그를 티스토리에 개설하긴 했지만 정작 구독하고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는 다섯 손가락에 꼽는데 그중에 하나가 정신실 작가의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이분의 글을 통해 에니어그램이라는 걸 처음 접하고선 뭐든 목록화하길 좋아하는 내가 안 해 볼 수 없었다 (사실 난 내가 누군지 여전히 궁금하다, 하하) 무료 테스트 사이트를 찾아 180문항에 달하는 질문에 답을 다 하고 나니 나는 1번 유형이라는 결과를 받았다.Reformer? 개혁가?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에니어그램의 9가지 유형을 모두 살펴본 후엔 내가 생각하는 나와 그나마 근접한 게 1번 유형이라는 데에 동의가 됐다. 합리적이지만 이상을 추구하는 유형으로 자기 통제력과 완벽주의적 성향이 다분하단다. 인정! 1번 유형에 '개혁가'라는 명칭이..

나의 MBTI는 INFJ. 그것도 극도의 내향성을 가진 INFJ이다.거기다 Highly Sensitive(HSP)하기까지 해서 인생이 이토록 버거운 게 아닐까 싶다. 사실 INFJ가 가지는 성향과 HSP의 특징이 다소 중첩되는 느낌이 있어서 찾아보니 HSP INFJ에 대한 글이 꽤 있는 게 아닌가!아래는 구글이 가장 먼저 추천해 준 "HSP이면서 INFJ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어떨까"라는 기사이다. HSP INFJ: A Guide to Understanding Highly Sensitive INFJsHSP INFJs are people with an INFJ personality type and a sensitive nervous system. This guide delves into their cha..

나만의 '선재' 중학교 동창인 현정이가 깨톡으로 안부를 전하면서 남자 배우 사진 한 장을 톡창에 밀어 올렸다."이번엔 얘냐? ㅎㅎ"시청하는 드라마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아들 뻘인 남주한테 홀딱 빠지는 동창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날렸다."난 다시 태어나면 이런 남자랑 연애할 거야."이 또한 매번 하는 소리... ^^"아직 드라마를 못봐서 매력을 모르겠다.""저 드라마 방영하는 월화요일엔 누구도 날 방해해선 안돼. 남편도 밥을 먹고 들어와야 하고 안 먹었으면 스스로 차려먹어야 하고.. 아무도 날 건들 수 없어!" "그 정도야? 한 번 봐야겠네 ㅎ""꼭 봐. 진짜 재밌어." 그래서 그날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유튜브에 들어가 '선재 업고 튀어' 1-2화 하이라이트를 찾아 재생했다.이런.. 내가 뜀박질하는 청..

대학에 임용되기 전까지 늘 프리랜서였고 대학에 임용된 후에는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늘 대학을 떠나 프리랜서가 될 궁리를 하고 있다.학기마다 많은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야 하는 게 HSP인 나에겐 큰 부담이고..학생보다 학교(교육부 평가)를 우선시하는 학교 행정이 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데다소수의 소시오패스 같은 교수들이 보직을 맡아 마음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내가 보직교수들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불안해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교수보다 (워라벨이) 나은 프리랜서직을 찾기 전까지 몇 년은 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도 있기에 어떻게 하면 적응을 좀 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검색하다 찾은 기사이다. 12 reasons being a highly sensitive person is a..

HSP가 화제이긴 한가 보다.영국 Guardian 신문에서 아래와 같은 기사를 읽게 됐다. Are you anxious, introverted or just a ‘highly sensitive person’?Kanye West and Lorde say they are HSPs. What’s the science behind this newly popular label for understanding our ability to process feelings?www.theguardian.com HSP에 대한 집단 연구에 참여했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I can just look around the group and immediately spot who is feeling well and who..

어머니, 짜증의 원천이자 영원한 안식처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를 '마미'라고 부르고 있다.가끔 장난스럽게 '이여사'라고 부를 때도 있다.둘 다 애정과 존경의 의미를 담은 호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관계는 늘 내게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일으킨다.그것도 그럴 것이 당신과 너무 다른 기질의 딸을 낳으셨다. '명민하다'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어머니는 민감하거나 공감력이 뛰어난 분은 아니셨다.그런 어머니 눈에 나는 역량은 있는데 승부욕이 별로 없는 아이로 비쳤다.그래서 내가 중학생이 된 이후부터 새벽 1시까지 책상 앞을 지키셨다.난 새벽까지 억지로 눈을 뜨고 있어야 했고 학교에 가서 잠을 자는 학생이 되었다.고등학생 때는 계단을 올라오시는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치밀어 오르곤 했다...

타고난 예술적 감성내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만화 그리기이다.학년이 바뀌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면 나는 만화를 그려주는 것으로 친구들의 마음을 샀다.그림은 점점 정교해져서 고등학생 때는 로맨스 만화의 일러스트를 똑같이 따라 그릴만한 실력이 되었고, 친구들은 환호했다.당시 내가 사랑한 만화가들은 한결같이 감성적인 만화를 그리는 여성 만화가들이었다.이은혜의 '블루'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원수연의 '풀하우스'MZ세대들은 잘 모를 이 작품들 속에서 X세대인 나는 설레고 아프고 사랑을 했다. 아론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대다수의 HSP는 예술적 감성을 타고난다고 한다 (p. 140). 모든 감각이 민감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는 것이다.민감성 덕분에 아름다운 미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