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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의 브런치 카페

수요일의 편지

水晶 2024. 9. 26. 10:16

애초에 소설은 즐겨 읽는 장르가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와 문제집 외엔 다른 장르는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그럴 시간이 나면 잠을 잤다 ㅎ) 그나마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야 좀 읽기 시작했는데 소위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은 대다수가 인간 본질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내용들이라 읽고 나면 속까지 불편해지는 바람에 몇 권 읽다 말았고 너무 가벼운 소설은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동안 무관심했던 장르이다.

 

그러다 우연히 아오야모 미치코의 '월요일의 말차 카페'를 읽고 취향을 저격당하는 바람에 비슷한 류의 몽글몽글한 소설이 정액제 온라인 북클럽에 올라오면 챙겨 읽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읽게 된 소설, '수요일의 편지'.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로 알게 된 작가의 작품이다.

 

첫 등장인물은 주부 나오미.

팍팍한 경제사정, 대화가 단절된 가족, 시집살이, 단조롭고 힘든 아르바이트.. 그 모든 게 얽혀 하루하루 사는 게 고달픈 여성이다.

그런 나오미는 어느 날 동창 친구를 통해 '수요일의 편지'라는 서비스를 알게 된다.

수요일에 일어난 소소한 일상을 '수요일 우체국'이라는 곳으로 적어 보내면 그곳의 직원들이 편지를 모아 미지의 누군가에게 전달해 주는 소위 '편지 교환' 서비스였다.

스스로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수요일의 편지'를 작성해 보기로 마음을 먹지만 문제는 쓸 얘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미지의 누군가에게 그녀의 고달픈 일상보다는 소소한 기쁨으로 다가가고 싶었던 나오미는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싶었던 그녀의 어렸을 적 꿈이 마치 이뤄진 것처럼 가상을 하고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딱 여기까지 읽었다. 그리고 내 무릎을 딱 쳤다.

'하아,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사실 티스토리는 가상의 라디오 프로그램 오프닝 멘트를 작성해 보고 싶어서 개설했다.

근데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깊은 계곡까지는 아니더라도 질퍽한 고랑을 걷고 있는 듯한 내게 에델바이스가 총총히 피어있는 들판에서 산들바람을 맞고 있는 듯한 메시지를 작성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뭔가 사실이 아닌 것을 작성하면 안 될 것 같은 어설픈 양심이랄까..ㅎ

어차피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가상의 사실인데 말이다. 훗

 

그래서 나오미처럼 해보기로 했다.

매일 아침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아침마다 마주치는 가상의 사람들과 내가 느꼈으면 하는 오월의 햇살같은 마음을 오프닝 멘트로 써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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