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ace
HSP 언니 본문
제니 언니를 알고 지낸 지 20년이 되어간다.
내가 대학교 3학년 때 경영학과 대학원생으로 온 언니는 호탕한 웃음소리와 다르게 말은 느리고 차분했다.
큰 밴을 소유하고 있던 언니는 사람들의 운전기사를 자처했고
처음 미국에 와서 집을 구하지 못한 유학생들에게는 기껍게 언니의 거실을 내주었다.
나는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언니가 좋았다.
그런 언니를 내 인생에 꼭 잡아두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는데 바로 교회 청년들과 떠난 시카고 여행에서였다.
처음 해본 장거리 여행이 무리였던지 나는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다.
모두가 잠든 밤, 끙끙 앓고 있던 내 옆으로 언니가 살며시 다가와 이마에 물수건을 대주며 조용히 읊조렸다.
"내가 대신 아플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졸업 후 귀국을 해서도 언니와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애썼다.
그렇게 우린 서로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고 그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언니도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 크면 집에 가고 싶은, 나와 같은 HSP 유형이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후훗.
아론 박사는 민감한 사람들끼리 만나게 될 경우 서로를 이해하기 쉽고 지나친 자극이나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한 갈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설명한다 (p. 379).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5% 정도가 HSP 유형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의 민감성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몸으로 알고 있는 HSP 친구가 있다는 건 축복이라 생각한다.

* 혹시 당신도 HSP인가요? 당신의 절친도 HSP이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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