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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영부인 아스마 알-아사드

水晶 2025. 1. 3. 22:18

 
영국에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있었다면 시리아에는 아스마 영부인이 있었다.
물론 아스마는 다이애나 비와 달리 아직 생존해 있고 겉과 속이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바람에 더 이상 시리아 시민들의 추앙을 받을 일은 만무하겠지만 꽤 많은 중동지역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애잔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 짐작된다.
그녀가 백혈병으로 투병을 하는 중에 망명길에 오른 까닭도 있겠지만 미워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유수 대학을 졸업한 재원인 데다 시리아 출신의 부모 덕분에 아랍어까지 유창했다.
특히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우아하고 지적인 말투에 시리아 시민들은 환호했고 서방 미디어까지 앞다퉈 그녀를 인터뷰했다.
거기다 아스마는 시리아의 소외 계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인권 유린과 폭력이 난무한 시리아에 변화의 바람을 가지고 올 여성으로 그려지곤 했다.
한 예로 유명 잡지 VOGUE에선 그녀와의 인터뷰 기사에 '사막의 장미'라는 타이틀을 달아주기까지 했다.
 

'사막의 장미'에서 '지옥에서 온 영부인'으로

2011년, 재스민 혁명이 거대한 파도처럼 중동과 아랍지역을 훑고 지나갔다.
시민들에 의해 독재 정권들이 하나 둘 무너져 갔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정권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다.
아사드 정권이 생존 가능했던 이유는 러시아와 이란이라는 든든한 '빽' 덕분이었는데 러시아나 이란에게 시리아는 군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동맹국이자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인권 수호자를 자처했던 아스마의 민낯은 시리아 시민들이 정부에 대항하기 시작하자 서서히 드러났다.
시위에 나섰던 대다수의 시민들이 강제 연행된 다음 날 아스마는 하버드 아랍 동문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역설했다.
내전 중에도 다양한 사치품들을 구매한 이력이 들통나는가 하면 시리아 시민들을 상대로 자행되는 무차별적 폭력에 아스마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그녀를 두고 영국의 한 일간지가 '
지옥에서 온 영부인'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기에 이른다.
 
그렇게 아스마와 그녀의 가족들은 러시아와 이란의 비호를 받으며 평생 호사스러운 생활을 영위해 나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작년 12월,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역습으로 아사드 가문의 독재가 54년만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러시아나 이란이 자국의 국내외 사정으로 동원 가능한 자원이 이전만 못한 것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아사드 정권이 계속해서 러시아와 이란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의도적으로 시리아에서 손을 떼어버린 것이다.
양쪽 날개를 모두 잃은 아사드 대통령은 속수무책으로 추락했다. 그의 아리따운 부인과 함께
 
최근 들어 아스마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시리아 정부가 엄청난 돈을 사용했다는 게 밝혀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너튜브에 그렇게 많던 그녀의 인터뷰 영상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탁을 받았던 언론사나 기관들이 지레 꼬리를 감춘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