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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교육과 인간 존엄성 본문
세계시민교육을 테마로 수업을 기획하고 가르치면서 늘 숙제처럼 여겨졌던 부분이 인간 존엄성이다.
세계시민으로서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문화(관습)를 존중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고, 사회정의와 평화를 수호하는 모든 실천은 사실 '나'라는 존재가 지극히 소중하고 존엄하다는 인식과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태생적으로 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대할 수 있겠는가
나라는 사람이 존엄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진리가 내면화돼야 비로소 세계시민으로서의 진정한 실천이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기존 세계시민교육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크리스천인 내게 인간의 존엄성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고민할 거리조차 못되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겐 무엇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설명해야 할지 늘 난감했다. 그래서 작정하고 자료를 찾아보던 중 노트르담 대학의 한 부속 연구소에서 발행한 아래 기사를 만났다.
저자인 Melissa Moschella 교수는 인간의 존엄성을 인간의 이성(rationality)에 근거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이성이란 인간 고유의 사고능력을 일컫는데 논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실을 초월해 상상하고,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렇게 인간은 이성을 통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차원을 넘어 사유하고 상상하며 선택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오직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라는 점에서 인간이 고귀하게 여겨져야 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에 눈에 가시 같은 동료가 있더라도 성가신 날파리를 파리채로 때려잡듯이 때리거나 거칠게 내쫓아서는 안 되는 (만약 그랬다가는 고소를 당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동료가 나와 마찬가지로 이성적 사고가 가능한, 존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동료는 인간이기에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나는 인간이기에 동료를 존중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이처럼 인간의 이성은 존중받을 권리를 갖게 하는 동시에 도덕성(morality)이라는 의무 또한 부여한다.
여기서 '그렇다면 이성적 사고가 가능하지 않은 인간은 존엄하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Moschella 교수는 딱 잘라서 그건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종(인간)의 본질을 파악할 때엔 건강하고 성숙한 성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선천적,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장애를 가졌더라도 인간이라면 어떤 상태이든 존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사유하고, 창조하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이성(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유일하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이기에 세상 무엇보다 존귀하다는 기독교적 논거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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