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ace
완벽주의 본문
플랜 우먼
전혀 꼼꼼한 성격이 아니어서 실수도 잦고
손도 야무지지 않아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스스로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근데, 나의 완벽주의는 엉뚱한 곳에서 발현이 되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섯 살 수정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전 날 밤 색연필을 놓아두었던 곳에 색연필이 없으면 일어나자마자 짜증을 냈다고 한다.
예측이 가능하지 않아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나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불편해하는 것 중 하나가 지인들의 깜짝 방문이다.
심지어 어린 수정이는 가까운 친구들의 예정 없는 방문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두에 감염된 내가 걱정되어 집으로 방문한 친구들을 나는 보고 싶지 않다며 거의 쫓아내다시피 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사람을 만날 때조차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마음뿐만 아니라 내 겉모습도 정돈이 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그러니 깜짝 방문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비상사태와 흡사했다.
당연히 썸남들 중 깜짝 방문 이벤트로 나를 감동시키고 싶어 했던 남자들 대부분은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아론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민감한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준비, 준비, 또 준비하는' 완벽주의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p.128). 그래서 overprepared, 지나치게 혹은 과도하게 스스로를 몰아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 혹시 당신도 HSP인가요? 당신의 완벽주의는 어떤 식으로 발현이 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