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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HSP?

음악 덕후

水晶 2022. 3. 31. 05:57

어둡고 시끄러운 음악은 빼고

어머니께서 기억하는 나는 말은 잘해도 노래는 하지 않았다.

한참 동요를 따라 부르며 애교를 부려야 할 나이에도

나는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난 노래를 꽤나 잘하는 아이였다.

유년 시절 음악 시간뿐만 아니라 다른 수업 중에도 선생들은 심심찮게 나를 불러내 노래를 시켰다.

그럴 때면 나는 빼지 않고 교단 앞으로 나가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같은 곡으로 선생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양희은 씨가 부른 노래들의 심오한 가사를 이해했다기보다 다이내믹한 멜로디를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노래들이 가창 실력을 뽐내기에도 좋았고.

그런 취향은 디즈니에서 인어공주를 필두로 애니메이션 걸작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나로 하여금 애니메이션 OST와 사랑에 빠지게 했고,

장기자랑을 위한 나의 선곡들도 모두 디즈니 OST로 바뀌었다.

노래를 부를 때면 애니메이션 속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까지 할 수 있어 더없이 즐거웠다.

대중가요도 여전히 좋아했고, 국악이나 클래식 공연을 보면서는 심장이 뛰었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 접한 재즈는 황홀했다. 내게 음악 편식은 없을 거라 자부했다.

하지만 내 휴대폰 재생목록은 잔잔하고 밝은 노래들로만 채워지고 있었다.

 


 

민감한 사람들은 당연히 소리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듣기 좋은 소리(음악)에 대한 반응도,

너무 큰 자극이 되는 소리(음악)에 대한 반응도 클 수밖에 없다고 아론 박사는 설명한다 (p. 70).

내가 왜 (남들은 듣고 있으면 시원하다고 하는) 록 페스티벌에서 식은땀이 났는지,

그리고 왜 유난히 (밝고 따뜻한) 디즈니 OST를 사랑하게 됐는지 이해하게 된 대목이다.

 

에리얼이 나의 애창곡인 Part of Your World를 부르고 있는 장면

 

* 혹시 당신도 HSP인가요? 당신의 음악재생목록에는 어떤 음악이 담겨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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