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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소년

水晶 2024. 6. 5. 19:52

나만의 '선재'

 

중학교 동창인 현정이가 깨톡으로 안부를 전하면서 남자 배우 사진 한 장을 톡창에 밀어 올렸다.

"이번엔 얘냐? ㅎㅎ"

시청하는 드라마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아들 뻘인 남주한테 홀딱 빠지는 동창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날렸다.

"난 다시 태어나면 이런 남자랑 연애할 거야."

이 또한 매번 하는 소리... ^^

"아직 드라마를 못봐서 매력을 모르겠다."

"저 드라마 방영하는 월화요일엔 누구도 날 방해해선 안돼. 남편도 밥을 먹고 들어와야 하고 안 먹었으면 스스로 차려먹어야 하고.. 아무도 날 건들 수 없어!" 

"그 정도야? 한 번 봐야겠네 ㅎ"

"꼭 봐. 진짜 재밌어."

 

그래서 그날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유튜브에 들어가 '선재 업고 튀어' 1-2화 하이라이트를 찾아 재생했다.

이런.. 내가 뜀박질하는 청소년에게 설렐 줄이야.. ㅎ

 

 

 

6화 하이라이트까지 시청하고나니 드라마에 대한 흥미는 사라졌지만 저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선재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도.. 긴 기럭지도.. 배경음악으로 깔린 윤하의 '우산'도 한몫했겠지만..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있는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그 소년'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나 싶다.

 

나의 그 소년은 재수시절 종합학원에서 만난 남자애였다.

성적이 우수했는지 학원 담임은 그 아이를 콕 집어 반장을 맡게 했다.

반듯한 외모에 훤칠한 키, 선생님들의 질문에 답할 때만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을 만큼 무척이나 점잖고 말이 없는 친구였다.

1년 동안 같은 반에서 공부하며 그 친구에게 해 본 말이라곤, "저.. 딸기우유 드세요."

그 친구에게 딸기우유를 건내고 싶은 마음에 주말에 자습하러 학원에 나온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딸기우유를 선물해야 했던 내 사정을 그 친구는 알았을까? ㅎ


 

HSP의 경우 타인에게 허용하는 삶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다. 경계를 넘어오는 모든 것들이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성관계에선 특히 본인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상대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좋아했던 이성들을 돌이켜 보면 대부분 내성적인..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아싸'가 많았다 ㅎ

 

* 당신이 좋아했던 그 시절의 소년은 어떤 소년이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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