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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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비판자를 잠잠케
귀한 책을 만났다.
나 스스로에게, 타인의 언사에 대해 절제하기 어려운 짜증이 나는 '나'를 해결하고 싶은 갈망이 이 책으로 이끌어주지 않았나 싶다.
롤프 메르클레라는 독일인 심리치료사가 쓴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라는 제목의 책이다.
나는 2008년, 강남역 한 재즈바에서 피아노 합주를 멈추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나를 오롯이 기억한다.
재즈를 공부한 적은 없지만 합주가 엉망인 게 고스란히 들렸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리였다. 무대에 있던 사람들은 프로로 활동하는 연주자가 아닌 재즈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주를 엉망으로 하고 있는 연주자들보다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난 왜 이렇게 관대하지 못할까.. 이성으로 조절되지 않는 이 짜증과 분노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런 답답함을 안고 지금까지 십여 년을 살았다.
눈에 거슬리는 타인의 언사에 대해 소위 '꼭지가 돌아버리는 나'를 이해하고 해결하고 싶었다.
나의 이런 성마른 성격이 어머니의 양육 방식으로부터 유래됐다는 생각이 들어 더 괴로웠다.
그런 내게 저자는 '내면의 비판자'가 문제의 원인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내면의 목소리는 당신을 타이르고, 비난하고, 점검하고 비하한다. 옹졸하고 일거수일투족 당신을 따라다니며 까다롭게 지적한다. 내면의 목소리는 아주 설득력이 있어서 당신은 한마디 한마디 그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다."
그리고 사실 이 내면의 목소리는 어려서 듣던 어머니(아버지)의 목소리이다.
그 목소리가 성인이 돼서도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온전히 수용하고 사랑할 수 없는 나는 결코 다른 사람을 온전히 수용하고 사랑할 수 없다.
저자는 "내면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긍정적이고 따뜻하며 이해심 많은 목소리로 대치하면 정신적 문제들과 인간관계의 문제들이 모두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부모는 내면의 비판자를 잠잠케 할 수 없다"며 오직 나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라고 조언한다.
한동안 크림히어로즈라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 시청했는데 영상에 나오는 고양이도 귀여웠지만 사실 집사의 나긋나긋한 말투가 듣기 좋았던 이유가 컸다.
'아.. 어머니께서 저런 말투로 나를 키우셨다면 난 좀 더 관대하고 사랑 많은 사람으로 자랐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이제 내가 나를 다시 키우는 마음으로 더없이 친절하고 상냥하게 나를 대해보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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