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ace
생태 정체성과 세계시민교육 본문
어머니께선 꽃을 무척 사랑하신다.
생신 선물로 텃밭에 심을 꽃을 선물해 달라고 하실 정도이다.
그렇다 보니 부모님 댁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딸래미 때문에 서운해 하시곤 했다.
하지만 어쩌랴..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유년 시절 꽃과 식물을 음미하고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보니 자연과 내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 정체성(environmental self-identity)을 계발시킬 기회가 없었다.
성년이 되어서는 냅다 고지를 향해 달리기만 하느라 곁에 있는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감탄할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었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연봉을 포기하고 정원 가꾸기에 동참하면서 그제야 어머니께서 키우시는 꽃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줄만 알았던 클래마티스가 꽃봉오리를 보여줄 때 생기는 기쁨을 알아버렸고, 묻으면 털기 바빴던 흙이 생명의 보고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연이 무척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속에 생태 정체성이 발화되는 게 느껴졌다.
만약 초등학교 때 식물을 키워보는 숙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의 생태 정체성이 좀 더 이른 시기에 발화되지 않았을까?
새끼손가락 손톱 만한 이파리가 손바닥만 해질 때까지 관찰 일기를 쓰고 잎과 줄기를 그려보는 숙제는 분명 자연과의 교감을 키우는 경험이 됐을 것이다.
그런 경험은 내 안에 '생태계 보호'가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자리 잡게 했을 테고 더 나아가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고민하고 실천하게 했을지 모를 일이다.
올 겨울, 눈만 내렸다 하면 폭설이었다.
이제 더 이상 누구도 기후 위기가 음모론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시민교육에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이 강조되지만 개개인이 자연과의 깊은 유대가 없다면 유엔의 경고는 한낮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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