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ace
인종차별과 세계시민교육 본문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인종차별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
그때까지 해외여행도 한 번 가본 적이 없어서 내가 인종차별을 당할 일도 없었고,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도 접해본 경험이 없어서 내가 인종차별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다.
원했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자 아버지께서 미국 유학의 기회를 주시면서 인종차별은 '나'의 문제가 되었다.
유색인종이 거의 없는 도시였던 까닭에 내가 버스에 올라타기만 해도 주위의 시선이 나를 향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중국에서 왔냐는 질문은 거의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었고 아시아에선 개나 고양이도 먹냐는 질문도 종종 받았다.
행인들이야 스치고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최악은 싹수없는 룸메이트를 만날 경우였다.
특히 대학 3학년 때 안젤라라는 (천사라는 의미의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미쿡년이랑 기숙사 룸메이트가 됐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내 방 앞에 쓰레기를 버려놓는가 하면 대놓고 친구들과 내 험담을 했다.
그저 내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건 실로 모욕적이고 슬픈 일이었다 ㅠㅠ
인류는 실로 오랜 시간동안 피부색이 옅으면 옅을수록 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믿어왔다.
이러한 왜곡된 신념은 흑인 노예제도를 정당화시켰고 유색인종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열등한 유전자 보유자로 규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셔날지오그래픽 연구 기사는 전혀 다른 사실을 말해준다.
최초의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인이었다는 것. 그래서 사실 모든 인간들의 조상은 유색인종이었다고 말이다.

위 지도는 최초의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탄생해 어떤 경로를 통해 다른 대륙으로 이동해 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인류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피부색 또한 옅어지기도, 다시 짙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Science today tells us that the visible differences between peoples are accidents of history. They reflect how our ancestors dealt with sun exposure, and not much else."
(오늘날 과학은 사람들의 외양에서 보여지는 차이는 그저 역사적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외양의 차이는 우리 조상들이 햇빛 노출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반영할 뿐, 그 외에 별 의미가 없다.)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은 내가 백인들보다 열등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게 절대 아님을,
내가 흑인들 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게 전혀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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