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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의 브런치 카페

행복한 여생을 위해

水晶 2022. 3. 31. 06:21

라디오 프로그램 오프닝 멘트를 준비하다

 

영국에서 돌아와 그 해에 지방 사립대에 임용되었습니다. 지인들은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임용이 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축해해 줬고 제가 생각해도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은퇴 후로 미뤘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고 목구멍이 포도청이었으니까요.

 

그렇게 5년 동안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번아웃이 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수업 준비를 하고 가르치고 있는 제가 학생들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미안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30년 정도를 더 산다고 가정했을 때 (절대 장수하고 싶진 않습니다)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수정아, 넌 정말 뭘 하며 살고 싶니?'라고 물어보니 역시나 대답은 '방송'이었습니다. 네, 방송은 제 어릴 적 꿈입니다. 아니,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못한 꿈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대학도 방송학을 선택해 전공했지만 막상 공채에 응시해 보니 방송국의 벽은 꽤나 높았습니다. 거부당했다는 감정과 자존심이 더 이상의 도전을 멈추게 했었죠. 하지만 마흔을 넘긴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역시나 해보고 싶은 일이 방송이라는 건 인간의 미련과 욕망의 방증일까요?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 라디오 DJ를 생각해 보니 이숙영 씨가 떠올랐습니다. 올해 64세이더군요. 제가 내년부터 라디오 진행을 시작한다고 가정해도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그래서 제가 진행해 보고 싶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를 작성해 녹음해 보기로 했습니다. 네, 저는 뉴스 앵커보다 라디오 DJ가 되고 싶었거든요. 

 

라디오 프로그램명도 정했습니다. '수정의 브런치 카페' 

MBC 라디오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던데 뭐, 제가 새로운 DJ로 영입이 되면 되니까요 ^^ 기대해 주세요. 이제부터 시작될 브런치 카페의 오프닝 멘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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