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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과 극우 포퓰리즘 본문
2024년 1월 10일, 이탈리아 로마가 발칵 뒤집혔다.
과거 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 사회운동(MSI) 본부 앞에서 수백 명의 남성들이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전우들을 위하여!”라는 구호에 맞춰 “출석(presente)!”이라고 외치고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 극우 세력이 자주 사용하는 슬로건이다.
이처럼 파시즘을 공개적으로 추종하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은 신파시스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한편 헝가리의 오르반 정부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는 포스트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설명하는데 과연 그 차이점이 뭘까.
이들을 비교하기 위해선 우선 파시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파시즘이라는 용어가 상당히 모호하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파시즘은 극단적인 민족주의, 군사주의, 국가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적 이념으로 매우 노골적으로 민주주의를 거부한다. 또한 파시스트 지도자들은 민족, 인종, 종교, 국적과 같은 특성을 기준으로 특정 집단이 우월하다고 믿기 때문에 체계적인 학살과 박해를 자행할 뿐 아니라 그들의 잔인무도한 폭력에 군중을 동원하는 특징을 가진다.
파시즘 연구의 대가인 Robert Paxton 교수에 따르면 보통 파시스트 세력은 사회에 불만과 공황이 팽배해질 때 등장하는데 대중의 환멸을 자원 삼아 자신만의 정당을 창당하고 이를 통해 선거와 폭력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파시스트 세력은 기존의 보수 진영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영악한 수를 사용해 체제 전복을 추구했고 실제로 정권 장악 후 점진적으로 혹은 단숨에 독재체제로 전환했다.
Neo-fascism이라 불리는 신파시즘은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 등장했던 파시스트 및 나치 정권에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세력들이다. 특히 1968년 이후 등장한 '2세대 신파시스트(Second-generation Neo-fascists)'는 기존 폭력 중심의 정체성을 ‘문화 전쟁’, ‘정체성 수호’라는 그럴듯한 외양으로 포장해 배타주의와 권위주의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고전 파시스트와 차이를 보인다. 역사학자 엔초 트라베르소(Enzo Traverso)가 파시즘이 '새로운 얼굴'을 가졌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이다.
신파시즘과 종종 혼용되는 후기 또는 포스트 파시즘(Post fascism)은 헝가리 철학자 가쉬파르 미클로시 터머시(Gáspár Miklós Tamás)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극우적인 생각과 정책이 주류 정치의 일부가 된 '시대'를 의미한다. 터머시는 일부 기득권층이 득세하는 현 자유 민주주의 사회가 바로 포스트 파시즘 시대라고 규정하며 특권을 폐지하고 개인을 해방시키지 못하는 한 포스트 파시즘의 시대는 끝나지 않을 거라 경고했다.
그리고 학자들은 작금의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몇몇 극우 정당이나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를 파시즘이라고 성급하게 규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파시스트와 유사하게 극우 포퓰리스트들도 특정 집단을 악마화하고 모든 사회 문제가 그들의 탓인 양 군중을 선동한다. 다만,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거나 대체하고자 하는 신파시스트와 다르게 이들이 가지는 위협은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실질적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린 신파시즘과 극우 포퓰리즘의 위협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가능하면 이 둘을 잘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어떤 위협에 해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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