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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Pace

내가 처음으로 나의 죄를 고백했던 '회개의 순간'은 2003년 여름밤이었다.예수를 알게 된 지 2년 여가 지난 시점이었다.이래저래 마음처럼 굴러가지 않는 인생이 스물두 살이었던 내게 꽤나 버겁게 느껴지던 시기였다.'정말 저한테 왜 이러세요' 류의 기도를 채 마치기도 전에 성령에 이끌려 (이렇게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 조그마한 기숙사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 콧물 흘려가며 하나님을 모르쇠 했던 죄를 낱낱이 고백했더랬다.그리고 그런 나를 기꺼이 자녀로 받아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소위 '갓 구운 따끈따끈한 식빵'이었던 나 그렇게 20년이 흐른 내 안엔.. 뜨거운 회개도, 뜨거운 감사도 없다 ㅠㅠ 오늘 ODB의 묵상 나눔자가 렘브란트의 작품 'The raising of the cross'를..

"By identifying domestic “enemies” that stood in for unwanted social change, they learned to galvanize a chunk of the public against those enemies / in the name of protecting the homogeneous majority - an ironically universal playbook for antidemocratic success." (원치 않는 사회변화를 상징하는 국내 "적"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은 대중들이 "적"을 대적하도록 선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 동질적 다수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 이는 모순되게도 반민주주의 성공을 위한 보편적인 전략이다) 위 문장에서 "..

영국에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있었다면 시리아에는 아스마 영부인이 있었다.물론 아스마는 다이애나 비와 달리 아직 생존해 있고 겉과 속이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바람에 더 이상 시리아 시민들의 추앙을 받을 일은 만무하겠지만 꽤 많은 중동지역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애잔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 짐작된다.그녀가 백혈병으로 투병을 하는 중에 망명길에 오른 까닭도 있겠지만 미워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유수 대학을 졸업한 재원인 데다 시리아 출신의 부모 덕분에 아랍어까지 유창했다.특히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우아하고 지적인 말투에 시리아 시민들은 환호했고 서방 미디어까지 앞다퉈 그녀를 인터뷰했다.거기다 아스마는 시리아의 소외 계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 차원의 프..

아직도 심야전기 쓰세요?네, 그렇습니다 ㅠㅠ 미국에서 학부를 마치고 돌아오니 부모님께선 경기도에 전원주택을 지어 주소지까지 이전해 놓으신 상태였다.그게 벌써 20년 전이라 난방은 그 당시 '핫'했던 심야전기로 시공을 한 덕분에 언제부터인가 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코가 시릴 정도의 냉기를 견뎌야 했다.따뜻하게 지내는 것도 아닌데 동절기만 되면 100만 원에 육박하는 난방비 고지서가 날아오자 어머니께서 특단의 조치로 실내 온도를 15도에 맞춰놓고 지내시겠다고 선포하고 실행에 옮기셨기 때문이다.부모님 건강이 염려되어 내가 부담을 하겠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이신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심야전기를 공부하게 됐다는 말씀. 인터넷을 검색해 자료들을 살펴보니 어렵지 않게 기존의 심야전기 사용법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발..

학교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불리는 나를 살뜰하게 챙기시는 한 분이 있는데 내가 괴로운 마음을 안고 학교 상담센터를 찾게 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상담센터 소장님이다.늘 그렇듯 어제도 내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주셨는데 대뜸 당신께서 예수를 만났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무슨 말씀인가 싶어 "꿈에서요? 환상으로요?" 하고 몰아치듯 여쭤봤더니 웃으시면서 "아니요, 말씀 공부 중에 번뜩이는 깨달음으로요"라고 하셨다.뭔가 신비한 체험을 하신 게 아닐까 싶어 내심 기대했다 너무 흔하디 흔한 방법으로 예수를 만나셨다는 말씀에 살짝 실망하려던 순간 소장님의 목소리가 촉촉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흔하디 흔한 만남이 아니었던 게 분명했다. '예수를 제대로 만났던 날'로 기억될 그 순간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다고 한다.섬기는 교..

동양화는 음영을 넣거나 번짐(그라데이션) 효과를 내고 싶을 때 물만 묻힌 붓으로 '바림'이라는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나 같은 초보는 채색붓과 바림붓을 번갈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색을 칠해야 해서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동양화가 느림의 미학을 표방한다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칠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금했는데 아래 영상의 중국인 작가를 보니 검지와 중지에 채색붓과 바림붓을 함께 쥐고 칠하는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이게 묘기인 이유는 막상 해보니 쉽지 않다는 것 ^^그래도 연습해 보려고 퍼왔다 ㅎ View this post on Instagram A post shared by 아시아화방 (@asiahwabang)

마리끌레르에 김태리 한복 화보가 공개됐다.네 명의 한복 디자이너가 참여했다고 하는데 내 눈엔 조금씩 아쉽다.뉴욕 타임스퀘어에 한복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하는 바람에) 정체성이 다소 희석된 퓨전식 한복보다는 전통적인 한복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난 누가 봐도 한복 같은 아래 디자인에 한 표!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배우 김태리의 연기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게 됐는데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면 저런 연기가 가능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연신 감탄하면서 시청했다.다부진 입매무새가 잘 포착된 아래 화보도 꽤 마음에 든다. 방학 때 동양화로 한 번 도전해 보리라.

한강 작가 덕분에 노벨 수상자들이 본인의 소장품을 노벨박물관에 기증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아래는 한강 작가가 기증했다는 찻잔작품을 집필하는 동안 하루에 예닐곱 번 차를 마시며 찻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생활의 중심이었다고 고백한다.마음을 모으고 정신을 집중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었을 거라 짐작해 본다.하루에 예닐곱 번.. 나는 무엇으로 내 생활의 중심을 잡아볼 수 있을까?

처음엔 뭔가 싶어서 한참 들여다봤다.사진 밑에 조그만 글씨로 설명이 쓰여 있었다."Textile waste pollutes the shoreline at Jamestown in Accra, Ghana"(가나 아크라의 제임스타운 해안가를 오염시키고 있는 섬유 폐기물) 나도 가끔 즐겨 입지 않게 되는 옷은 아파트 단지에 마련되어 있는 수거함에 넣곤 하는데.. 그런 옷들이 가나의 해안가에 저렇게 버려져 쌓여 있을 가능성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디언지의 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섬유 폐기물의 단 1%만이 재활용된다고 한다.재활용률이 이토록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섬유 폐기물 자체의 총량이 어마어마하다는 데에 있다.트렌디하고 저렴한 의류를 대량 생산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성행하면서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