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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Pace

내면의 비판자를 잠잠케 귀한 책을 만났다.나 스스로에게, 타인의 언사에 대해 절제하기 어려운 짜증이 나는 '나'를 해결하고 싶은 갈망이 이 책으로 이끌어주지 않았나 싶다.롤프 메르클레라는 독일인 심리치료사가 쓴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라는 제목의 책이다. 나는 2008년, 강남역 한 재즈바에서 피아노 합주를 멈추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나를 오롯이 기억한다.재즈를 공부한 적은 없지만 합주가 엉망인 게 고스란히 들렸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리였다. 무대에 있던 사람들은 프로로 활동하는 연주자가 아닌 재즈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 합주를 엉망으로 하고 있는 연주자들보다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난 왜 이렇게 관대하지 못할까.. 이성으로 조절되지 않는 이 ..

애초에 소설은 즐겨 읽는 장르가 아니었다.학창 시절에는 교과서와 문제집 외엔 다른 장르는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그럴 시간이 나면 잠을 잤다 ㅎ) 그나마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야 좀 읽기 시작했는데 소위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은 대다수가 인간 본질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내용들이라 읽고 나면 속까지 불편해지는 바람에 몇 권 읽다 말았고 너무 가벼운 소설은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동안 무관심했던 장르이다. 그러다 우연히 아오야모 미치코의 '월요일의 말차 카페'를 읽고 취향을 저격당하는 바람에 비슷한 류의 몽글몽글한 소설이 정액제 온라인 북클럽에 올라오면 챙겨 읽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읽게 된 소설, '수요일의 편지'.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로 알게 된 작가의 작품이다. 첫 등장인물은 주부..

미국 대선에 대해 찾아보다 Christianity Today에서 좋은 기사를 발견했다. "This is the most important election of our lifetime.” I’ve heard this said every presidential election in my lifetime, but, this time, the stakes are being raised even higher. The 2024 election is not just the most important—the consequences of it are existential." 나는 매 선거 때마다 "이번 선거는 우리 일생에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유독 그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선거의 결과가..

He is back.영화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처럼 트럼프가 미국 대선 속편으로 돌아왔다.Financial Times의 기사, "What makes Donald Trump irresistable" (도날드 트럼프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서 저자들은 트럼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He is a convicted felon, a conspiracist, a philanderer and a businessman who has lied about his wealth. He thinks America has been too soft on democratic allies, too hard on authoritarian rivals, and that immigrants are “spoiling” it ..

Is 2024 Really the Most Important Election in History?Democracy—and the global system—might not be so easily dismantled.foreignpolicy.com 최근 미디어에선 연일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뉴스와 견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게 되면서 해리스 혹은 트럼프가 만들어 갈 세상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세상이 될 거라는 이야기들을 한다.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게 될 경우 민주주의의 퇴행을 넘어 국제 시스템에 붕괴가 올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이에 대해 Foreign Policy 저널의 칼럼니스트 Michael Hirsh는 민주주의 체제나 국제 시스템이라는..

C. S. 루이스의 글을 읽어주는 영상을 수면제용으로 종종 틀어놓다 보니 여러 다른 영성가들의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추천 영상으로 뜬다.개중에 헨리 나우웬 영상이 있었다. 이 또한 헨리 나우웬의 글을 성우가 읽어주는 영상이려니 하고 재생했다 진짜 깜놀!헨리 나우웬이 직접 설교하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가슴에 있는 걸 토해내듯 목청 높여 말하고 있었다. 나긋나긋한 성격의 소유자일 거라 예상했는데 실로 반전이었다. 영성 훈련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시리즈로 설교를 하고 계셨던 모양이다.위 영상에선 하나님의 지상 명령이자 예수께서 사역하셨던 방식을 solitude - community - care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하나님과 홀로 독대하는 기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그리고 난 후엔 나 혼자가 아닌 다른..

한국화 수업을 계속 수강할까 하다 집에서 놀고 있는 아이패드가 아까워서 이번 학기에는 아이패드 드로잉 수업을 운영하는 화실을 찾아 등록했다.첫 수업에서는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소프트웨어로 레이어를 계속 추가해 가면서 햄버거를 그리는 방법을 배웠다.접시, 빵, 패티, 양상추, 치즈, 토마토, 빵.. 이걸 각각 다른 레이어에 그려서 합치는데.. 굳이 왜? 라는 생각이.. ^^;;그래서 집에 와서 역시 사람을 그려봤다 ㅎ프로크리에이터 펜슬로 연필 스케치 느낌이 나는 게 신기방기내겐 레이어 보다 브러쉬 툴을 잘 익히는 편이 보다 즐겁게 아이패드 드로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바다색 눈동자와 흑갈색 머리카락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운 나의 뮤즈, 쥬이 드샤넬을 그린 건데.. 너무 안 닮았서 미안하네..

요즘 유네스코 아태교육원(APCEIU)에서 제공하는 "Regenerative Leadership and Inner Development Goals(IDGs)"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목표들(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대해서만 들어보고 연구했지 내면 개발을 위한 목표들(IDGs)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그동안 개인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어떻게 소개하고,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었는데.. 강의를 시청하면서 내 커리큘럼이 왜 효과적이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Regeneration(재생)은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을 넘어 개인과 사회, 환경을 회복시키는 것까지를 의미한다.출발은 그래서 나의..

우린 대만인이야평화학과에는 일본인 유학생들이 꽤 많았다.브래드포드 대학이 로터리 재단과 결연을 맺고 있어서 일본 로터리 재단의 후원을 받아 학부 교환학생이나 대학원생으로 진학해 오는 친구들이 매 학기 열 명 이상이었다.아시아인들끼리의 유대감 때문이었는지 일본인 유학생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해인가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가는 일본인 학부생들의 송별회를 해준다고 해서 참석했던 적이 있다.거기서 처음 보는 아시아계 남학생들을 만났는데 서남아시아 쪽은 아닌 것 같아서 물었다."혹시 중국에서 왔니?"그랬더니 남학생 두 명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합창을 했다."워우~ NO! 우린 대만인이야!""어.. 그랬구나.. 근데, 대만이 원래 중국 아니야?""무슨 소리야.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인 거 알고 있니?" 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