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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Pace
어머니의 이웃 중에 극우파가 계신다.대한민국이 빨갱이의 나라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시는데 그분이 사실이라고 믿는 대부분의 정보는 너튜브에서 들으신 얘기이다.당신은 절대 한 채널만 시청하는 게 아니어서 거짓일 수 없다고 주장하시는데 너튜브 알고리즘의 족쇄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시지 못하는 까닭이다. 나를 비롯해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소셜미디어에 접속해 있는 시간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하지만 우리는 그 긴 시간 동안 생각만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소위 내 입맛에 맞는 정보를 찾아다니게 되는데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새로운 정보가 불일치하는 (모순되는) '인지부조화'를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간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소셜미디어 사업자들은 사용자들이 입맛..
인스타에서 보고 반한 김은정 작가의 무화과를 모사했다.급한 성격 탓에 보태니컬 아트는 엄두도 내지 않았는데 김은정 작가는 사진처럼 그리기보다 생략할 건 생략해 가면서 그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도전할 만했다.종이에 물을 먼저 올린 다음 (촉촉하게 스며들게 한 후) 농도를 아주 옅게 해서 색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기법으로 그리면 얼룩이 생길 염려가 없다고 한다.
어머니께선 꽃을 무척 사랑하신다.생신 선물로 텃밭에 심을 꽃을 선물해 달라고 하실 정도이다.그렇다 보니 부모님 댁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딸래미 때문에 서운해 하시곤 했다.하지만 어쩌랴..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유년 시절 꽃과 식물을 음미하고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보니 자연과 내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 정체성(environmental self-identity)을 계발시킬 기회가 없었다.성년이 되어서는 냅다 고지를 향해 달리기만 하느라 곁에 있는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감탄할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었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연봉을 포기하고 정원 가꾸기에 동참하면서 그제야 어머니께서 키우시는 꽃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죽은 줄만 알았던 클래마티스가 ..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인종차별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그때까지 해외여행도 한 번 가본 적이 없어서 내가 인종차별을 당할 일도 없었고,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도 접해본 경험이 없어서 내가 인종차별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다. 원했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자 아버지께서 미국 유학의 기회를 주시면서 인종차별은 '나'의 문제가 되었다.유색인종이 거의 없는 도시였던 까닭에 내가 버스에 올라타기만 해도 주위의 시선이 나를 향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중국에서 왔냐는 질문은 거의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었고 아시아에선 개나 고양이도 먹냐는 질문도 종종 받았다.행인들이야 스치고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최악은 싹수없는 룸메이트를 만날 경우였다. 특히 대학 3학년 때 안젤라라는 (천사라는 의미..
마흔 중반에 접어드니 여기저기서 폐경 증후군을 앓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손마디 관절이 아파서 아침에 눈물이 나고,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한다.특히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별 것도 아닌 일에 짜증이 폭발하고 우울해지는 게 가장 힘들다는데..조만간 나의 이야기가 될 일이기에 폐경에 대해서 찾아보다 유익한 TED 영상 하나를 시청하게 됐다. 강연자인 Lisa Mosconi 박사는 뇌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뇌를 집중 연구하고 있는 뇌과학자인데 "폐경 두뇌"라는 주제로 폐경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역설한다. 뇌와 난소는 신경내분비계의 일부로 폐경으로 인한 에스트로겐의 감소는 뇌의 다양한 부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폐경기 증상이 나타난..
세계시민교육을 테마로 수업을 기획하고 가르치면서 늘 숙제처럼 여겨졌던 부분이 인간 존엄성이다.세계시민으로서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문화(관습)를 존중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고, 사회정의와 평화를 수호하는 모든 실천은 사실 '나'라는 존재가 지극히 소중하고 존엄하다는 인식과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태생적으로 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대할 수 있겠는가나라는 사람이 존엄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진리가 내면화돼야 비로소 세계시민으로서의 진정한 실천이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기존 세계시민교육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크리스천인 내게 인간의 존엄성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고민할 거리조차 못되지만, 하..
뭐든 무리하면 안 된다.어제 좌식 자전거를 숨이 가쁠 정도로 10분 타고났더니 무릎이 고장 났다 ㅠㅠ어젯밤까지만 해도 무릎 슬개골 아래쪽이 약간 쩌릿한 정도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무릎에 통증이 심했다.심지어 슬개골 아래 부분이 볼록하게 부어올라있는 게 아닌가 어머니께서 가지고 계셨던 소염제를 하나 삼키고 검색 시작 통증 부위로 봤을 땐 슬개골 염증인 듯하다.현재 아픈 부위가 그림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 바로 슬개골 아래쪽인데 슬개골(patella)을 감싸고 있는 힘줄(tendon)이 과도하게 사용되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운동선수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일반인 또한 갑자기 운동을 격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릎을 꺾는 습관을 가지고 있을 경우 발병하기..
내가 처음으로 나의 죄를 고백했던 '회개의 순간'은 2003년 여름밤이었다.예수를 알게 된 지 2년 여가 지난 시점이었다.이래저래 마음처럼 굴러가지 않는 인생이 스물두 살이었던 내게 꽤나 버겁게 느껴지던 시기였다.'정말 저한테 왜 이러세요' 류의 기도를 채 마치기도 전에 성령에 이끌려 (이렇게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 조그마한 기숙사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 콧물 흘려가며 하나님을 모르쇠 했던 죄를 낱낱이 고백했더랬다.그리고 그런 나를 기꺼이 자녀로 받아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소위 '갓 구운 따끈따끈한 식빵'이었던 나 그렇게 20년이 흐른 내 안엔.. 뜨거운 회개도, 뜨거운 감사도 없다 ㅠㅠ 오늘 ODB의 묵상 나눔자가 렘브란트의 작품 'The raising of the cross'를..
"By identifying domestic “enemies” that stood in for unwanted social change, they learned to galvanize a chunk of the public against those enemies / in the name of protecting the homogeneous majority - an ironically universal playbook for antidemocratic success." (원치 않는 사회변화를 상징하는 국내 "적"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은 대중들이 "적"을 대적하도록 선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 동질적 다수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 이는 모순되게도 반민주주의 성공을 위한 보편적인 전략이다) 위 문장에서 "..